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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홍글씨 새겨진 고용부 직원의 죽음
입력2011-01-20 18:02:30
수정
2011.01.20 18:02:30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직원인 A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날 오전 자택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A씨는 가족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내 숨졌다. 병원 측은 "간질로 인한 원인불명의 내인성으로 급격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난 A씨의 죽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건 그가 지난해 노동고용부가 실시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의 대상자였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4월 인사운영 혁신지침을 마련하면서 무능ㆍ태만 공무원을 재교육하거나 심하면 퇴출시키기 위해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40여명에게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이 중 13명을 실제 내보냈다. A씨는 지난 8월 고용부가 6ㆍ7급 직원 20여명을 지방노동관서로 발령내면서 역량강화 교육을 받도록 한 대상자 중 하나였다. 대상자들은 9월에서 11월까지 3개월 동안 실무교육과 현장교육을 받으면서 여러 차례 시험을 치른 후 외부 컨설팅 전문가 등이 참여한 평가위원회에서 계속 근무여부가 가려졌다.
A씨는 퇴출대상자에서 살아남아 지난 12월 업무에 복귀했고 복귀한 지 2주 만에 사망했다. 직장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교육을 받으면서 대상자들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말도 못하게 컸을 것"이라며 "A씨의 죽음이 이 때 받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을 받는 스트레스도 컸겠지만 퇴출대상자였다는 낙인이 찍힌 채 동료들과 다시 근무하게 됐을 때의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과 자괴감 등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는 역량강화 프로그램 대상자에 올랐던 직원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인식을 깨고 근무에 태만한 공무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취지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한 고용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역량강화 프로그램 대상자 선정이 단기간의 실적과 그간 문제가 많이 제기됐던 다면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진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번 퇴출대상자에 오르면 실제 퇴출되지 않더라도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만큼 앞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게 될 경우 좀 더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복귀자들이 퇴출자의 꼬리표를 떼고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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