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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을 밝히는 작은 램프 불빛 아래로 아이가 잠들었고 옆에는 어머니가 바느질에 한창이다. 밝은 빛과 그 아래 뽀얀 얼굴의 아이부터 여인의 그늘진 어깨까지 극적인 빛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장프랑수아 밀레는 '뜨개질 수업' '바느질 하는 여인' 등 가정에서의 바느질과 공동체 생활을 다룬 그림을 상당수 남겼다. 이 작품은 유사한 주제의 다른 그림들에 비해 등장인물의 얼굴과 특징을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램프 빛에 의해 윤곽으로 묘사돼 있는 여인을 그림 한가운데서 앉혀뒀기 때문이다. 덕분에 바느질하는 여자는 꿰매고 있는 천에다 바늘땀을 놓으면서 관객을 똑바로 대면하게 됐다. 그녀 뒤쪽의 아기는 강보에 단단히 싸여 평화롭게 잠들었다. 한낮의 일과가 끝나고 해가 진 후에야 시작된 엄마의 바느질을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빛의 반대쪽에 드리운 여인의 얼굴 그늘과 검푸르다 못해 어둠 속으로 스며든 어깨가 일상의 고단함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이를 희망으로 승화하려는 묵묵한 의지로도 읽힌다.
※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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