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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B금융과 호텔롯데, 어디가 외국 기업인가


"호텔롯데 상장하면 20조원 이상이 일본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면서 국민기업이라니요?"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여론 한편은 여전히 싸늘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L투자회사 같은 일본 쪽 지분을 줄이더라도 여전히 70%대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 '일본 기업'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 봐야 '일본 기업'이라는 뜻이다.

눈을 잠깐 돌려보자.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은 외국인 지분율이 71%다. 호텔롯데와 다를 바가 없다. 같은 논리라면 KB금융은 정체불명의 다국적 외국계 기업이다. 100원을 배당하면 71원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KB를, 국민은행을 외국 회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두 회사가 다른 점이라면 총수에 있다. 두 회사 모두 우리나라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한국 사람을 고용하고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낸다.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재일교포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한국인이다.

일부 국민들이 롯데에 민감한 것은 이들의 일본식 성인 '시게미쓰'와 가족끼리 나누는 일본어 대화다.



한국 사회는 말이 지배한다. 음식점에서도 중국동포(조선족) 종업원이 말이 서툴면 금세 무시하고 주인을 찾는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나라라지만 조금만 기준에서 벗어나면 무서울 정도로 배타성이 드러난다.

그런데 롯데그룹 일가의 어눌한 우리말은 국민들의 이 같은 감정을 자극했다. 여기에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도 얹어진다.

한국 롯데 계열사 80개 가운데 일본 사람이 대표로 있는 곳은 롯데캐피탈 하나다. 600여명의 임원 중 일본인도 한 사람이다. 엄연히 한국 기업이다. KB금융에 외국인 회장을 영입한다고 외국 기업이 되는 게 아니듯 롯데는 이미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린 회사다.

도발적인 생각이지만 롯데 총수 일가가 재일교포가 아닌 재미교포였으면 국민적 반감이 이보다는 덜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개방화 시대, 총수나 최고경영자(CEO)의 국적은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수출 같은 국가경제 기여도다. 사실도 아니지만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배척해서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게 무엇인가. 재일교포 기업가의 눈물을 한번쯤 생각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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