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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와 함께 세계금융시장의 양대축을 형성하는 런던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영향으로 영국 주요은행인 노던록에서 '뱅크런(예금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한 후 이 나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개인사업자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금우대 정책이 폐지되면서 해외로부터의 인재와 자본 유입이 줄어들었다. 금융혁신 중심으로서의 새로운 상품 개발이 늦어지는 것도 자본 유출을 가져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영국 금융중심지인 '시티(the City)'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기사에서 "영국 금융모델에 대한 미국의 열광이 식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노던록 사태가 영국 금융규제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시장을 위협했던 금융중심지로서의 런던의 위치가 불안해졌다. 런던이 안전하거나 수익률이 좋다고 느끼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노던록의 구제금융소식에 뱅크런이 발생했는 데 예금을 먼저 찾기 위해 이 은행 앞에 길게 뻗는 인파들을 TV를 통해 본 미국 등 해외 투자자들은 경악했다고 FT는 전했다. 그들이 영국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을 꺼려하면서 이들의 지불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결과는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유가증권 시장의 급격한 쇠퇴다. 펀드를 끌여 들여 모기지 등으로 대출하는 것이 시티의 가장 고수익 사업인데 이것이 얼어붙은 것이다. 이는 자본거래뿐만 아니라 은행원이나 법률가들의 일거리도 가져가 버렸다. 결국 비판은 노던록의 부실 운영상태를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영국 금융시스템 미비로 집중됐고, 이는 영국의 금융제도에 대한 환상을 깨트렸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재무부 소속 금융감독청(FSA)의 중복규제ㆍ책임떠넘기기 문제가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해 10월부터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금우대 제도가 폐지돼 투자자의 부담이 증가한 것도 런던 시장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켰다. 제레미 아이작 리먼브라더스 유럽담당 사장은 "삐걱거리는 금융 인프라와 외국인에 대한 불합리한 태도는 런던의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런던 모델이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보다 집단소송이 적고 규제가 합리적이며 세금이 외국인 인재를 밖으로 내쫓을 정도는 아니다. 런던 투자은행협회의 앨런 야로 회장은 "시티가 다른 선진국 금융시장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금융서비스는 전체 경제를 대표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규제시스템을 정비하고 세금 관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앙등하는 생활비, 교통체증 문제 등 고질적인 사회 인프라가 결합될 때는 심각한 반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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