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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혼 인프라 강화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서울가정법원이 이혼소송장 양식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고 한다. 요지는 소송장에 상대를 비방·책망하는 내용은 적게 쓰고 재산분할·자녀양육 등 헤어짐의 조건을 길게 쓰라는 것이다. 법원의 생각은 이혼과정에서 양측의 감정악화를 줄이고 재판까지 가지 말고 조정을 통해 순조로이 이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혼남녀가 '돌싱(돌아온 싱글)'임을 스스럼없이 밝힐 정도로 이혼이 꺼리낄 게 없는 시대라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신직업 육성방안에 나와 있는 이혼상담사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검색창에 이혼이라고 입력하면 이혼전문 변호사 안내가 무수히 나올 만큼 수요가 높아진 이혼 시장에 대응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변호사가 해오던 이혼절차와 고려사항 등 상담과 자문의 자격요건을 완화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우리는 여기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에 만연한 이혼에 현실적으로 대처하고 일자리도 늘린다는 정부와 법원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정부가 앞장서 이혼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까지 있을까. 한국의 조(粗) 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1950년대에 평균 0.20이었다가 2000년대에는 2.72까지로 13.6배나 늘었다. 속도가 빠르다. 이웃 일본을 1996년에 이미 제쳤으며 아시아 전체로도 최고 수준이다. 이혼은 한 가정의 붕괴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어두운 부분이다. 가정의 해체는 불가피하게 아이들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혼까지 평균 14년에 못 미치는 결혼생활을 하는 것으로 볼 때 한국의 10대 청소년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 입는 구조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개인의 선택영역인 이혼에 대한 자유는 마땅히 보장돼야 하지만 깨진 가정의 아이들이 쉽게 빗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정작 힘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이혼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가정의 복원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의식변화의 과정에서 이혼의 증가가 우리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도 편하고 자유로운 이혼을 보장하려는 정책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를 가속화할 뿐이다. 이혼을 권하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거니와 저출산의 함정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가정의 가치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다시금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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