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내놓은 기초연금 도입방안과 국민연금 보험료율 동결안,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현재 세대보다는 미래 세대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기초연금제도는 국가재정 악화를 이유로 지급 대상과 규모가 크게 줄어들며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현재 노인은 당장 내년 7월 제도 도입시 수급대상의 90%가 20만원 전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약 후퇴의 체감도가 떨어진다. 진짜 피해자는 미래 노인이다. 현재 20~30대의 경우 기존 기초노령 연금제도가 유지됐다면 2028년에는 소득 하위 70% 누구나 20만원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대부분이 10만원을 조금 넘는 돈만 손에 쥘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동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초연금 공약도 못 지키는데 요율까지 올릴 경우 국민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인상방침을 접고 동결을 결정했다. 현재 납부자들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좋아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 기금은 2060년 소진되고 연금제도를 지속시키려면 누군가는 채워 넣어야 한다. 72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현재는 주요 연금 납부자지만 10여년만 지나면 모두 수급자로 뒤바뀐다. 요율 인상 시기가 늦춰질수록 미래세대가 납부할 연금액은 계속 불어나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의 소득 대체율이 계속 낮아져 가뜩이나 연금제도에 불만이 많은 젊은 세대들은 요율 동결의 짐까지 떠안은 셈이다. 전문가들이 이를 두고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혹평할 만도 하다.
결국 이번 기초연금안과 국민연금 동결 방침은 현 정권이 당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고 시끄러운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세대를 위한 포퓰리즘(대중의 인기만을 좇는 정치행태)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대한노인회 간부들에게 "모든 분(어르신)들께 다 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진짜 사과의 대상은 취업하랴 애 키우랴 정신 없는 2030세대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웃고만 있는 우리의 갓난 아이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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