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마이클 그렐러. 초등학교 수학·과학 교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경력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 10년간 교사로 일했던 그렐러는 지난 2011년부터 스피스의 백을 메고 있다. 2006년 워싱턴주의 집 근처에서 열린 US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을 구경하러 간 게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맷 새비지라는 선수의 임시 캐디를 맡았는데 이 우연한 경험이 스피스와의 인연으로 연결됐다. 2011년 US주니어 아마추어 대회를 앞두고 캐디를 구하던 스피스가 주위의 소개로 그렐러를 만난 것이다. 스피스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2012년 말 프로로 전향하며 그렐러와 풀타임 캐디 계약을 했다. 그렐러는 교사직을 그만두고 스피스를 따라나섰다.
전문 캐디가 아닌데도 그렐러를 택한 데 대해 스피스는 "내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때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을 친구가 필요했고 그게 그렐러였다"고 돌아봤다. 캐디로서 경험이 부족한 그렐러는 경기 중 종종 잘못된 정보를 건네기도 했지만 스피스는 캐디 교체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한다. 그렐러는 전문 캐디들처럼 기술적인 조언을 하기보다는 그저 스피스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편이다. 이번 마스터스에서도 그랬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스피스는 초조해졌는지 그렐러에게 말을 걸어오는 횟수가 늘었고 그때마다 그렐러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렐러는 "스피스에게 조용히 영향을 주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자는 상금의 10%를 캐디에게 주는 게 보통이다. 그렐러는 이번 대회에서만 18만달러(약 1억9,700만원)를 챙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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