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격이 낮아 마이크론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든데다 미국 정부의 승인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이유다. 무엇보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에 민감한 미국 정부가 거래를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정보를 흘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살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중국이 반도체사 인수에 공을 들이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설사 마이크론건이 무산되더라도 중국의 반도체사 사냥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벌써 대만의 난야 같은 중소 메모리 업체를 사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더라도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우리의 반도체 경쟁력을 당장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해외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독립' 의지를 생각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중국은 지난해 6월 반도체산업 진흥지침을 제정한 데 이어 올 3월 반도체를 차세대 역점사업 중 하나로 정했다. 1,200억위안의 육성펀드도 만들어놓았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칭화그룹은 인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반도체전문사로 탈바꿈 중이고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 역시 메모리반도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 위협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중국이 조선·철강에서 한국을 따라잡은 것과 같은 일이 반도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얼마간 시간이 걸리겠지만 긴장과 경계는 필요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제투자와 연구개발(R&D) 강화 등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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