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저 멀리 날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 소년 아톰…"
1970년대 텔레비전의 길고 긴 화면조정시간이 기타 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함께 사라지면 '우주 소년 아톰'이 만화 주제가와 함께 모습을 나타낸다. 지금의 50대 중년에게 어린 시절 꿈을 심어준 아톰은 요즘 표현으로 하면 인공지능(AI) 로봇이다. 그는 자유의지를 갖고 스스로 판단해 악당을 처치한다. 아톰 이후 쏟아져 나온 AI 로봇 캐릭터는 인간의 친구로 지구를 지키는 선한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1984년이 되자 AI 로봇이 악한으로 나오는 영화 '터미네이터'가 개봉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그는 AI 컴퓨터 네트워크가 만든 사이보그로 총에 맞아도 꿈쩍 않는 대단한 전투력을 자랑하며 기계 편에 서서 인간을 공격한다.
영화 같은 일이 현실 세계에서 가능할까. 얼마 전 세계 재난 로봇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KAIST의 '휴보(Hubo)'는 비록 최첨단 로봇이지만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어 AI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반해 군용 로봇은 터미네이터에 많이 다가가 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등 실제 전장에서 운용 중인 무인 비행기는 미국 애리조나의 공군기지에서 조종한다. 공격 여부에 대한 판단 기능만 미국 본토의 조종사에게 빌릴 뿐 터미네이터보다 나은 살상능력을 갖추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가 만든 전쟁용 개 로봇 'LS3'는 180㎏의 짐을 싣고 언덕과 계곡 등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이 로봇이 머지않아 기관총이나 폭탄을 장착한 채 스스로의 판단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살인 로봇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전 세계 학자 1,000여명이 AI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 무기, 이른바 살인 로봇의 개발 금지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공개했다. 이들은 살인 로봇이 인류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인 로봇 앞에서 두 손을 든 채 처분만 기다리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가 비록 적이라도 섬뜩해진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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