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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계의 본산이자 게이단렌(經團連)이 내년 5월 선출하는 차기 회장을 조기에 확정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이는 자민당의 자금원 역할을 수행해온 게이단렌이 민주당 하토야마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편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5일 아사히신문은 게이단렌이 내년 5월 임기만료인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ㆍ74) 현 회장 체제의 게이단렌이 새로 집권한 민주당 정권에게 찬밥 취급을 당하자 차기 회장 선출을 올 연말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게이단렌 회장은 15명의 부회장 가운데 선출하는 것이 관례다. 역대 회장 경험자들의 조정을 거치지만 현 회장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파나소닉의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ㆍ70) 회장과 도시바의 니시다 아쓰토시(西田厚聰ㆍ65) 회장이 떠오르고 있다. 두 명 모두 탁월한 경영수완을 인정받고 있다. 나카무라 회장은 '창조와 파괴'를 모토로 사업재편, 디지털가전사업 확장 등의 업적을 남겼고 니시다 회장은 반도체와 원자력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파나소닉과 도시바는 모두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이 악화돼 올해 대규모 손실이 예고되고 있어 본업을 제쳐놓고 게이단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미쓰비시 상사의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ㆍ71) 회장과 도요타자동차의 와타나베 카즈아키(渡邊捷昭ㆍ67) 부회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민주당 정권과의 친화력이 회장 선임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동안 막대한 정치자금을 자민당에 집중하며 유착관계를 통해 재계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게이단렌의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게이단렌은 하토야마 정권 출범 직전인 지난달 14일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새 정부에 대한 정책제언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은 게이단렌을 '이익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경 유착을 끊기 위해 3년 내에 기업의 정치 헌금도 폐지할 방침이다. 더구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정치헌금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토야먀 내각 지지율이 여전히 70%대의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는 점은 게이단렌에 큰 부담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 2~4일 전국의 유권자 1,783명(회답 1,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은 71%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1%였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게이단렌이 몸을 낮춰야만 할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차기 회장은 하토야마 정부와 대화가 될 수 있는 인사나 정치중립적인 위치에서 정책 제언을 통해 재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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