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올라섰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부양책과 후강퉁(상하이·홍콩증시 간 교차거래)으로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증시의 힘을 등에 업은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데이터 제공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올 들어(3일까지) 중국 증시(상하이·선전·홍콩)의 IPO 규모가 290억달러(약 32조2,000억원)로 미국(150억달러·약 16조7,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을 앞선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홍콩 증시에서는 118억달러(약 13조1,000억원)의 IPO 거래가 이뤄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IPO 규모(91억달러·약 10조1,000억원)를 뛰어넘었다. 뉴욕 증시의 올해 최대 IPO는 14억달러를 조달한 가스운송서비스 회사 톨그래스에너지였다. 하지만 홍콩 증시에서 후아타이증권과 GF증권은 각각 45억달러, 40억달러를 조달해 올해 전 세계 IPO 규모 순위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에 상장한 국영 공항운영사 아에나의 48억달러에 이어 2, 3위를 기록했다.
중국 금융사들의 IPO 주관 수수료 수입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올해 글로벌 IPO 주관 수수료 순위에서 중국 광다증권이 9위에 올랐다. 중국 금융사가 10위 안에 포함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WSJ는 중국 증시의 활황과 높은 밸류에이션이 활발한 기업상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지급준비율 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후강퉁 실시로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자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전종합지수는 올 들어 114% 폭등하며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상하이종합지수도 같은 기간 53% 급등했다. 5일 장중 한때 상하이종합지수는 2008년 이후 7년5개월 만에 5,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올 들어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신CLSA증권의 왕창홍 중국자본시장 부문 담당자는 "중국과 홍콩 증시의 상승세로 IPO 시장에서 중국 시장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중국 회사들이 미국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서 250억달러 규모의 IPO를 추진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올 들어 중국에서 IPO를 행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230억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의 1억5,000만달러를 압도하고 있다. WSJ는 "(중국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 덕분에 중국 기업들이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고 중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 IPO가 15개월간 중단된 뒤 지난해 초 재개된 것도 IPO 시장 활황으로 이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2012년 증시 급락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15개월간 신규 IPO를 중단했다. 당국이 다시 IPO를 허용한 후 올 들어 현재까지 상하이와 선전에서만도 170억달러가 조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모집한 56억달러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새로운 상장조례 시행 전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몰려 중국 IP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새 조례에 따르면 IPO를 하려는 기업은 최종결정권자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까다로운 검토와 승인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3월 선전거래소에 상장한 온라인 동영상 업체 베이징바오펑테크놀로지는 상장 이후 3,500%나 급등하는 등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국 IPO들은 큰 성공을 거뒀지만 중국 증시가 과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증시 중 특히 기술주 중심의 선전 증시 버블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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