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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박근혜 정부 '원년 멤버'인 황교안(58)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새 총리 지명은 지난달 27일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 이후 25일 만이다.
황 후보자는 "오늘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시기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게 국무총리로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이루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이루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도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 의식을 갖고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도록 하겠다. 앞으로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저의 생각을 소상히 밝힐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황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직무를 수행해오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또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돼온 부정과 비리·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황 후보자는 철저하고 단호한 업무 스타일로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과 난관을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50대 젊은 법무부 장관을 내각의 수장으로 기용한 것은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4대 부문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국가혁신에 본격 돌입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과제 추진방향을 공유한 현직 장관을 발탁해 국정운영의 안전성과 연속성을 제고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는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멤버로 출발해 2년3개월의 재직기간에 업무를 무난하게 수행해온데다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고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황 후보자는 그동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 주요 직위에 대한 수요가 있을 때마다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황 후보자는 서울생으로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는 경기고 72회 동기다. 사법시험 23회로 창원지검장·대구고검장·부산고검장 등을 지냈다. 특히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 등 굵직한 현안들을 큰 잡음 없이 해결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후보자의 이 같은 공안 전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정말 큰 실망"이라며 "대통령에게 국민통합 의지가 그렇게도 없는지, 또 사람이 그렇게 없는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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