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전 주석도 지난 2004년 장쩌민 전 주석에게 군권을 물려받은 뒤 취임사에서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력사용을 포기할 것이라는 약속을 할 수가 없다"며 대만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중국 군사문제 전문가인 쉬광위씨는 "시진핑은 양안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이 전개되는 터에 대만인을 자극할 수 있는 대만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히 일본과 지속되고 있는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갈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만과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진핑 정권은 대만과의 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시 주석이 과거 지방지도자로서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에서 무려 17년간 근무하며 대만 사정에 정통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것도 중국의 대만 정책이 보다 유연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시 주석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푸젠성 지도자로 재직하며 액정모니터 대기업인 TPV테크놀로지 등 대만 기업을 대거 유치해 지방경제 활성화를 이끌었으며 푸젠성장 시절인 2001년에는 중국 최초로 대만 기업들을 위한 대만상공회관을 건설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도 대만과의 교류경험이 많은 시진핑이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선임된 데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집권 국민당 주석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시 신임 군사위 주석에게 축하전문을 보냈다. 그는 전문에서 "평화롭고 안정적인 양안(중국ㆍ대만)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강조했다.
대만의 린바오화 정치분석가는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양안 경제교류 확대발전으로 풀어나갈 것임을 미국에게 보여줄 것"이라며 "그는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사용이 경제적 수단을 통한 통합과정보다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마 총통 집권 이후 양안 간 무역ㆍ투자, 항공, 우편 교류를 확대하는 이른바 3통(通) 정책이 실시되며 양안 교류가 활기를 띠어왔다.
한편 시진핑은 16일 첫 군사위 주재 회의에서 후 전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추호의 동요도 없이 당의 군대에 대한 절대적 영도(지도)를 견지해야 한다"며 군에 충성을 지시했다. 시 총서기는 당의 절대적 지도보장은 사회주의의 운명, 국가의 장기적 안정에 직결돼 있다며 어떤 상황에도 군대가 당 중앙과 중앙군사위에 복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군 간부를 선발할 때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 당에 충성하는 믿을 만한 인물에게 '총'을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 전 주석은 시 총서기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당 중앙이 시진핑 동지에게 군사위 주석직을 맡긴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라며 "시 동지가 군사위 주석이라는 중책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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