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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일본의 무역수지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5월 무역수지가 8,537억엔(약 11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에 비해 2배나 급증한 것이자 리먼사태 직후인 2009년 1월(9,679억엔)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일본의 무역적자가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것은 자동차 수출이 크게 줄어든 반면 발전용 연료 수입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대미 자동차 수출과 신흥국에 대한 부품수출 급감으로 전년동월대비 10.3% 감소한 4조7,608억엔에 그쳐 3개원 연속 줄어든 반면, 수입액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화력발전용 연료 수입 증가로 인해 12.3% 증가한 5조6,145억엔에 달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38.9%(금액 기준)나 급감하고 자동차부품 수출도 18.5% 감소하면서 자동차 관련산업이 지난달 수출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전년동월에 비해 14.6% 줄어들었으며,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중국에 대한 수출액도 8%대의 높은 감소폭을 나타냈다. 특히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2,147억엔에 달해 전년동월대비 3배로 급증했다. 다만 무역수지가 5월 초ㆍ중순까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다가 중순 이후로는 소폭 흑자로 돌아선 상태라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5월 1~20일의 무역적자는 1조534억엔에 달해 비교 가능한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지난 1990년 이래 최대 폭에 달했다. 하지만 21일 이후에는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1,997억엔 많은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시적인 무역적자 확대는 예상됐던 일"이라며 "각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제조공정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머지않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11 대지진의 여파는 일본의 원전 수출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게 만들고 있다. 이날 교도통신 등은 일본 전력업체들이 오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말레이시아가 추진 중인 2기의 원전 입찰 포기의사를 일본과 말레이시아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기 원전 사고 이후 원전사업에 대한 국내 여론이 워낙 나빠진데다 해외 원전사업에 진출할 만큼의 여력도 없어진 탓이다. 이번 원전 입찰 포기는 다른 나라에 대한 일본의 원전 수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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