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빈부격차'를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년 뒤 가장 존경받는 인간형'으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이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사람'을 꼽았다.
21일 경희대가 재학생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해 발표한 '미래대학리포트 2015'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학생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419명이 '빈부격차'를 꼽았다. 특히 과거 대학생들은 스스로 능력을 발휘해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현재의 대학생들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부터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응답을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소득불평등을 실증적으로 제시해 젊은 세대의 높은 관심을 끈 '피케티 현상'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대학생들은 50년 뒤에는 고령화와 함께 빈부격차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생들은 또 대학 교육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취업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4.3%로 가장 많았고 학벌·인맥 확대가 26.1%로 나타났다. 반면 학문탐구 목적은 18.9%에 불과했다.
50년 뒤 가장 존경받는 인간형을 묻자 36.4%(4,551명)가 부를 창출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2위는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으로 전체 응답자의 29.9%를 차지했다.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이상보다는 현실을 택한 응답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민주주의의 위기'도 꼽았다. 응답자의 14%가 이를 지적했는데 이는 출산율 저하, 세대·지역갈등보다도 앞섰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1970~1980년대 대학생은 권력의 정당성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대학생은 권력을 운영하는 방식이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이어 "권위주의 사회에서 국회의원·학자·언론인들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심층인터뷰(FGI) 등을 함께 진행해 분석한 것으로 요즘 대학생들의 진짜 생각을 알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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