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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정법원의 '학교 옆 호텔' 허가 판결 헷갈린다

학교 주변의 관광호텔 허가를 놓고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관광호텔을 짓겠다며 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호텔이 학교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관광수요가 많은 지역에 객실 위주로 세워져 유흥주점이 들어설 가능성도 적다고 설명했다. 같은 행정법원에서 2010년의 비슷한 소송에 대해 학교에 미칠 판단은 전적으로 교육당국의 재량행위라며 호텔을 불허했던 것과는 상반된 판결이다.

법원의 판결은 호텔의 입지나 학교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권에 미칠 영향이라는 중요한 잣대마저 재판부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으니 사업을 추진해온 관광업계로서는 이래저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학습권 보호 등 공익목적이 있더라도 재산권에 지나친 불이익을 안겨주는 것은 당국의 재량범위를 넘어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일부 학교장들이 호텔이 들어서도 학습환경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한 점도 충분히 참작됐을 법하다. 호텔이라고 해서 무조건 학습이나 보건위생에 해롭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혼선은 무엇보다 낡은 규제조치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이라면 으레 퇴폐업소나 사행업소를 떠올리는 수십 년 전의 인식이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관광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정짓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한다. 시대적 변화에 맞춰 법과 규제도 바꿔야 하는데 아직도 낡은 관행에 사로잡혀 있으니 소모적 논란이 빚어지고 툭하면 법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해외 관광객이 몰려와도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터에 보다 넓은 안목으로 관광산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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