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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청사 詩心으로 가득차다

서울 서초구 '책의 날' 맞아 12시간 시낭송회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피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신달자의 ‘열애’중) 23일 오후1시 서울 서초구 청사 1층. 민원에 쌓였던 구청청사 안은 시 읊는 소리로 따뜻해졌다. 서초구가 이날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주민들에게 문학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시 낭송회를 마련했다. 행사는 오전9시부터 주민 195명이 참가하는 ‘12시간 릴레이 시 낭송’을 비롯해 유명시인 초청 강연, 아버지합창단 공연, 시화전, 관현악단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여류시인 신달자씨의 강연이었다. 그는 “나의 남편은 24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가고 나서야 그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다”며 시와 함께 사연도 소개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도 ‘남태령연가’를 낭송해 환호를 받았다. 행사에 참석한 주민 100여명은 시 낭송 분위기에 흠뻑 취했고 청사를 오가던 민원인들도 가던 발을 멈췄다. 민원을 보러 청사에 들렀다는 강미희(32)씨는 “구청에서 시 낭송회를 보니 색다른 느낌”이라며 “한층 구청이 친근함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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