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독일이 주도하는 혹독한 긴축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독일이 이에 완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필리프 뢰슬러 경제장관은 베를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2014회계연도 독일의 재정적자 목표를 올해보다 50억유로 이상 줄어든 64억유로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독일 재무부는 "재정적자 64억유로는 40년 만의 최저"라며 "2015년에는 당초 목표보다 1년 빨리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2016~2017년에는 흑자재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최근 이탈리아 총선 결과 하원에서 1당을 차지한 민주당의 피에르 베르사니 대표가 최근 한목소리로 긴축정책에 반대한 데 대해 일종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일축한 것이다.
특히 이번 예산안은 1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스케줄에 맞춰 당초 예정보다 일주일이나 앞서 나온 것이다. EU 정상회의에서 긴축반대 의견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사전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회는 예산안에 경기부양과 성장을 위한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EU의 중기 예산안 승인을 거부했다. 이날 유럽의회는 지난달 EU 정상들이 총 24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EU 출범 사상 처음으로 삭감(-3%)된 2014~2020년 예산안을 반대 506명, 찬성 161로 부결시켰다. 마르틴 슐츠 의장은 "우리는 EU가 적자연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의회와 EU 집행위는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며 올해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EU는 내년에 잠정 예산을 집행한다.
유럽의회와 프랑스ㆍ이탈리아가 경기부양을 촉구하고 독일이 긴축정책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양측의 기싸움은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긴축이 얼마 만한 비중으로 포함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 FT는 입수한 공동성명 초안에 '성장과 고용을 제고하기 위한 단기조치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입수한 초안에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조치는 계속돼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성장친화적인 재정건전화'도 강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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