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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륙 준비를 하던 비행기를 회항시킨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143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22일 열린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던 원심을 깨고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판결이 선고된 직후 대학항공 측이 준비한 차량으로 귀가했다.
조 전 부사장의 형이 줄어든 것은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과 달리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에는 하늘길뿐 아니라 운항 중인 항공기가 이륙 전, 착륙 후에 지상 이동하는 상태까지 포함된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달리 육상 이동은 항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항로의 사전적 의미는 하늘길을 일컫는데 관련 법 조항을 모두 살펴보면 입법이나 개정 당시 이 같은 사전적 의미를 확장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의도를 찾을 수 없다"며 "특히 계류장은 원래 기장의 판단에 따라 이동이 자유로운 곳으로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진 항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항로변경죄를 제외한 나머지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와 박창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한 강요죄, 이에 따른 업무방해죄는 모두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 결정과 관련,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앞으로 의식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새로운 삶을 살아갈 한 차례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외면할 정도의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이런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조 전 부사장이 한 행위는 사람, 특히나 같은 직장 공동체에 몸담고 있는 동료 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심이 없는 데서 비롯됐다"며 "같은 항공기에 탑승한 만큼 비행하는 동안은 운명을 같이하게 될 승객들의 존재조차 무시한 공공의식의 결핍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박 사무관 등에게 허위로 진술할 것을 강요한 혐의로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여모 대한항공 상무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모두 1심보다 감형됐다. 재판부는 다만 여 상무의 비위에 관해 "회사의 엄격한 상하관계,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 탑승한 후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도록 지시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올 1월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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