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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전망 4.5%로 올리고…성장률은 2.7%로 낮춰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05.26 18:07:16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기존 3.1%에서 4.5%로 대폭 끌어올렸다. 연간 물가 전망치로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내수 소비 회복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물가 고공 행진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에 비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눈높이를 낮췄다.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둔화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이는 올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4%대를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4.0%)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연간 4.5% 전망은 2008년 7월(4.8% 전망)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시작으로 앞으로 수개월 5%를 넘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가 내려가더라도 국제 곡물 가격은 한번 오르면 상당 기간 지속되는 만큼 내년 초까지도 4%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당초 올 상반기로 봤던 고물가의 정점이 중반기로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일부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수준을 넘어 5%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는 3.0%에서 2.7%로 하향 조정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비롯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한 결과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의 경우 7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29%나 줄어들었다.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마이너스성장(-1.5%)으로 뒷걸음질 쳤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은 각각 2.9%와 2.4%로 전망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공급 비용 상승의 충격이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노동 경직성을 완화하고 세제 지원 등 기업의 공급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李, 5% 물가 초읽기에 매파 본색…연내 네 번 올려 2.75% 갈수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05.26 18:04:01취임 36일 만에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나타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따질 것도 없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주요 기관 중 가장 높은 4.5%로 제시해 시장을 놀라게 하더니 기자 간담회에서는 연내 기준금리를 최소 두 번에서 세 번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 총재의 강력한 물가 대응 의지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올해 7월과 8월에도 연속으로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총재는 26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2.25~2.50%로 보는 시장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물가 수준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답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렸기 때문에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가 되려면 남은 네 차례(7월·8월·10월·11월)의 금통위에서 두세 차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이로써 2007년 7~8월 이후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사상 초유의 세 번 연속이나 네 번 연속 인상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네 번 연속 인상할 경우 금리는 2.75%가 된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마저 거론한다. 원칙적 입장이지만 이 총재는 이날 “빅스텝뿐 아니라 7월과 8월 연속 인상까지 특정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정책 판단을 위해 확인하려는 자료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한은의 국내총생산(GDP),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이다. 금리 인상 시기는 물가 지표에 좌우된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적었다. 앞으로 3~4개월 동안은 수출입 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 등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지표까지 눈여겨볼 필요가 커졌다. 연준이 다가오는 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중요하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다시 확대됐다. 다만 연준이 6월과 7월 연속 빅스텝을 시사한 만큼 한은이 7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하지만 물가만 봐도 다음번 회의인 7월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총재는 당장 다음 달 6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다고 예측한 데다 “올해 물가 정점도 중반기 이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물가 전망치를 1.4%포인트나 한꺼번에 올려 잡은 한은 조사국 역시 물가 상방 요인이 하방 요인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이 물가 상승을 이토록 경계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역사적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 당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미국은 1980년대 초까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겪었다. 결국 미국은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등장해 정책 금리를 20%까지 올리는 초강력 긴축을 겪은 뒤에야 인플레이션이 안정됐다. 이날 이 총재 역시 “정책 대응을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하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금융 불안정이 커져 중장기적으로 취약 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금통위에서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게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금통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그동안 금리 동결 소수 의견을 내왔던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주상영 금통위원도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 것이다. 한은은 실질 이자율이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인 만큼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역시 가파른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잠재성장률(2.0%)을 웃도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민간 소비도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잇따른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도 경기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성장세가 꺾이더라도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한국,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노동비용 충격 여파"
산업 기업 2022.05.25 14:00:00한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고물가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 공급비용 감소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진단과 정책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우려되는 국내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상황을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다. 주제발표를 맡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전형적인 공급비용 상승충격이 유발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공급가격 상승이 ‘비용 충격’으로 작용한데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노동시장 경직성, 금리인상·유동성 회수 등 긴축적 통화정책,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가 지금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최저임금 급등, 생산성 향상 없는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 상승충격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맞이했다”며 “유동성이 회수되는 경우 노동비용 충격에 노출되었던 코로나19 이전의 국내경기의 부진상황이 베이스라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석 부산대 교수는 “대내적으로는 코로나 위기로 발생한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금융부담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외적으로는 환율상승에 의한 국제수지와 물가 악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통화당국과 재정당국의 엇박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예측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통화당국은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재정당국은 효율적 재정집행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코로나 충격 회복 과정에서 불가피한 물가상승이 있지만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는 분명한 만큼 “자산가격 및 교역조건의 안정성 확보 노력을 통해 급격한 가격조정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 정책은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경제, 2차대전 후 가장 큰 시험대"
국제 경제·마켓 2022.05.24 06:14:09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처럼 1% 넘게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1.5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86%, 1.98% 상승했는데요. 8주 연속 하락해 99년 만에 최장 기간 하락을 보여줬던 다우지수도 이날은 2% 가까이 뛰었는데요.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증시의 방향과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입니다. 이날 같은 상황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크죠. 이날 본격 개막한 다보스포럼에서도 많은 얘기들이 나왔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를 끝내겠다”며 사실상 7월과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다보스 포럼에서 나온 미국 경제에 관한 주요 발언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의 현주소와 커지는 지정학 리스크를 짚어보겠습니다. “좋은 경제환경 아니지만 재앙도 아닐 것”…“내년까지는 걱정 안 해 침체 확률 15~20%” 우선 다보스포럼의 전체 분위기는 하방위험과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면서도 실제로 미국이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요. 데이비스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는 이날 다보스에서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우리는 저금리와 매우 높은 성장률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바뀌고 있으며 계속 올라갈 수는 없고 지금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재앙을 초래하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금리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며 우리를 ‘바나나’에 넣을 수 있겠지만 나는 우리가 ‘바나나’에 있는지는 모르고 뭔가 침체와 ‘바나나’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는데요. 여기에서 바나나란 경기침체(recession)를 말합니다.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태스크포스를 맡았던 알프레드 칸은 경기침체를 바나나로 바꿔 불렀는데 이는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썼다가 카터 대통령에게 한소리를 들었기 때문인데요. 자꾸 경기침체라는 말이 나오면 가계와 기업이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면서 오지 않았을 경기침체가 실제로 올 수도 있습니다. 천연두를 마마라고 하듯 바꿔 부르는 건데요. 루벤스타인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항상 미국 경제와 증시가 잘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죠. 그는 지난해 10월 LA서 열린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기자와 만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은 1970년대와 상황이 다르다”고 했었는데요. 이날 발언을 보면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상황은 좋지 않지만 아직 침체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바나나라는 말까지 꺼내가며 경기침체 얘기를 에둘러 표현하는 것과 지금이 바나나와 침체 사이쯤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적지는 않음을 알 수 있는데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좀더 명확히 경기침체가 없다는 쪽입니다. 그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공급망과 에너지 위기에 유럽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미국은 2023년까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노동시장이 강하고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가 좋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불확실성이 있고 금리가 2%포인트가량 더 올라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봤는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비슷합니다. 그는 다보스에서 블룸버그TV에 “내년까지는 걱정 안 한다. 침체확률이 15%, 20% 정도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을 쓰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도 “내가 보는 것은 고객들의 계좌 잔고가 계속해서 안정적이라는 것”이라며 “5월 초 몇 주는 소비가 10% 늘었다. 고객들이 갖고 있는 돈은 결국 줄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시장은 경기침체 가능성 65~70% 책정”…“S&P 하락폭 두 배 -40%까지 갈 수도” 하지만 하방위험이 큽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기침체에 관한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 등으로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시험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요. 아직 타깃과 월마트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이익 압박 문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이코노미스트 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다음 경기침체가 언제 시작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2023~2024년이라고 답한 이들이 61%나 되는데요. 올해 또는 2025년 이후라는 답은 각각 13%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 1분기에 피크(38%)였거나 2분기가 피크(33%)라고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가장 큰 하방위험으로 연준의 정책실수(40%)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34%)를 위험요소로 꼽았죠. 즉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고 해를 잘 넘길 수 있어도 연준의 과도한 금리인상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인데요. 시장은 한 술 더 뜨고 있습니다. 이날 증시가 1% 넘게 반등했지만 여전히 우울한 증시 전망이 많은데요.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공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금요일(20일) S&P500 종가인 3901을 기준으로 “시장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60~75%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S&P500은 경기침체를 전후로 평균 29% 하락했으며 중앙값은 24%”라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금요일 S&P500이 장중 베어마켓(전고점 대비 20% 하락)에 진입했었죠.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글로벌 CIO는 이날 다보스에서 “연준은 (금리인상을 위해) 오토파일럿으로 가고 있으며 시장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S&P가 전고점 대비 40% 폭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연준의 과잉대응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마이너드는 비관적이라는 질문에도 이같은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가 시장을 얼마나 안 좋게 보는지는 비트코인이 800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는데요. 나스닥과 암호화폐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연준의 움직임에 시장 전체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죠. 다만, 그는 지난해 10월 ‘밀컨 컨퍼런스’에서 “공급이 풀리면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며 “우리는 내년 이 자리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기본 전제가 꽤 틀렸던 것인데 한번 스텝이 꼬이면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염두하면서 그의 발언을 들으면 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추가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일텐데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LIV Pulse 조사에 참석한 1009명은 S&P500의 바닥이 3500(중앙값)이라고 봤다고 하는데요. 이는 이날 종가보다도 10% 넘게 더 내려가야 하는 수치입니다. 월가에서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바닥은 멀었다는 얘기도 많죠. 최악까지 가야 반등이 가능하다는 논리인데요. VIX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 셧다운이 있었던 2020년에는 60을 상회한 적도 있지만 이날 오후4시 현재 28 정도입니다. 40도 넘지 않는다는 건데요. 콜 스미아드 스미아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며 “매도의 끝은 훌륭한 매수 기회겠지만 그 기회가 내일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美, IPEF·대만 방위·日 상임이사국 지지…지정학 리스크 더 커진다” 물론, 큰 폭의 하락이 좋은 투자 기회가 된다는 것 역시 그동안의 경험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인데요.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공동 창업주는 “전반적인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데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당신이 자산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금을 갖고 있다면 좋은 기회”라고 했지만 핵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적대로 “바닥에 접근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겠습니다. 추가로 고려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요. 첫째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당분간 연준의 지원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드 CIO는 “증시 하락과정이 질서있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준이 개입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주가가 하락해도 금융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연준의 걱정거리가 안 된다. 인플레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리 때문에 연준은 과거 습관대로 페드 풋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두번째는 지정학 리스크입니다. 시선을 돌려 글로벌 경제상황을 한발짝 뒤에서 보면 지정학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순방 길에서 대중 억제를 위한 3종 세트를 내놓았죠. 이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시 개입 발언, 일본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지가 그것인데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지를 전에도 했었다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이를 다시 명확히 밝히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미 국방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한 건 없다고 하지만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왔던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확실히 중국에 대한 경고입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보듯 뻔하구요. 계속되는 보이지 않는 긴장 고조는 기업들의 영업에도 타격을 주게 됩니다. 이날 에어비앤비가 6년 만에 중국 내 사업을 접는다고 밝혔는데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봐야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스타벅스도 러시아에서 진출 15년 만에 완전 철수하기로 했는데요. 이 역시 매출이 1% 정도라지만 미국과 유럽 대 중국·러시아라는 구도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양새입니다. 최소한 이들 지역에서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망 효율성이 한동안 떨어질 수 있으며 전환 과정에서 경제에 지속적인 비용압박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과 기업의 마진 감소 등을 의미하는데요. IEA의 집행 이사 페이스 비롤은 “아직 전 세계가 러시아로부터 직접적으로 원유 수입을 줄인 것은 아니”라며 “(제재 진행에 따라) 원유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여전히 앞에 변동성이 많은데요. 이날 JP모건체이스는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주식이 크게 하락하면서 익스포저를 재조정하게 돼 2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증시에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이들은 주식과 채권 투자비율을 6대4 정도로 맞추는데 주가가 폭락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아졌으니 이를 맞추기 위해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고 그것이 이달에 450억 달러, 다음 달에 2070억 달러가 된다는 것이죠. 이것이 매수세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건데요. 베어마켓 랠리처럼 근본적인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고 기술적 요인이 되는 만큼 계속해서 바닥이 어디인지 따져봐야겠습니다. 누구도 정확한 지점은 모르지만요. ※24일(현지 시간)은 출장 일정으로 ‘3분 월스트리트’가 쉽니다. 25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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