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및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하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분양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대출 여력이 줄어든 수분양자들은 청약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처지다.
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전용면적 3.3㎡당 4568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용 84㎡ 아파트로 환산하면 평균 분양가는 약 15억 7800만 원에 이른다. 수분양자가 주택담보대출을 한도인 6억 원까지 받더라도 나머지 현금 9억 7800만 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전용 59㎡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역시 11억 7660만 원으로 이 경우에도 현금 5억7660만 원이 필요하다.
한때 ‘로또청약’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분양가상한제 단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분양이 예정된 송파구 재건축 단지 ‘잠실르엘’의 경우 전용 84㎡의 분양가가 2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대출 한도 6억 원을 감안하면 수분양자가 14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금부자가 아니면 청약조차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 아파트를 분양받고 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관행도 사실상 차단됐다. 주택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전세금을 활용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다. 세입자의 전세자금 대출까지 차단되면서 수분양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분양시장 위축 조짐은 강남 외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5월 분양된 구로구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전용 59㎡ 최고가는 10억 24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청약을 받은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 전용 84㎡ 분양가는 24억 5000만 원에 달한다. 강남권 분양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하반기 예정된 고가 단지들 역시 수분양자가 10억 원 이상을 미리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양 일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요층이 이탈하면서 청약 경쟁률이 하락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정부는 6월 28일 이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에 한해서는 기존 대출 규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성동구 ‘오티에르 포레’, 영등포구 ‘리버센트 푸르지오’ 등은 중도금·이주비·잔금 대출에서 기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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