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다시 비축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신규 대러 제재가 단 한 건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매달 평균 170건씩 러시아 개인과 기업, 선박, 항공기 등을 제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몇 주 동안 '제재 폭탄'을 퍼붓기도 했으며 전체 임기 중 6200건이 넘는 제재를 단행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 신규 제재를 전면 중단했을 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에 대한 기존 제재를 해제하기까지 했다.
NYT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의 절친이자 재벌인 보리스 로텐베르크의 부인 카리나 로텐베르크에 대한 제재를 조용히 해제했다. 상무부는 이를 별도 설명 없이 일상적인 공보자료에 포함시켰으며, 국무부도 구체적인 해제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러시아 자산 몰수 전담기구로 운영되던 ‘클렙토캡처’ 태스크포스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제재의 실효성마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NYT는 무역 기록과 온라인 문서를 분석한 결과, 최소 130개 중국·홍콩 기업이 미국의 제재망을 우회해 러시아에 금지된 반도체 칩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중에는 키이우 공습에 사용된 순항미사일 부품을 공급한 것으로 보이는 홍콩 신생 업체도 포함돼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엘리나 리바코바는 "제재는 계속해서 갱신하고 추적하지 않으면 효과를 잃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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