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부터 심해 5500m 깊이에서 희토류 광물울 추출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핵심 광물 시장에서 일본이 자원 자립을 이뤄내고 전기차 등 첨단 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일본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자국의 자동차 회사 스즈키가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등 타격을 입은 바 있다.
1일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청(JAMSTEC)이 내년 1월 일본 최동단에 위치한 미나미도리 섬에서 100~150km 떨어진 곳에 심해 과학 시추선 치큐호를 정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치큐호는 파이프를 해수면 아래 5500m까지 내려 해저 35m 깊이에서 35톤의 진흙을 채취할 계획이다. 성공할 경우 해저 깊은 곳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작업에는 파이프 설치를 포함해 약 3주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치큐호는 진흙을 일본 본토로 운반할 예정이다. 해저에서 채취한 진흙 1톤에는 약 2kg의 희토류 광물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미나미도리섬 주변 해역에 약 160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규모로, 특히 전기차 모터의 자석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핵 제어봉에 쓰이는 가돌리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란 란탄족 원소 15종에 스칸듐, 이트륨을 더한 총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분리·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아 희귀한 자원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스마트폰부터 군수 산업, 풍력발전 등 에너지 장비에까지 필수적이라 산업의 '필수비타민'이라고도 불리는 원소다. 현재 희토류 원광의 약 60%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전 세계 정제·가공의 85~90%도 중국에서 이뤄진다.
일본 정부는 미나미도리섬에서 추출한 희토류를 빠르면 2028 회계연도부터 민간 부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자원량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JAMSTEC는 앞서 지난 2022년 8월부터 9월까지 이바라키현 해안 2500m 깊이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보다 두 배 깊은 곳에서 진흙을 수거하는 것으로, 시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본격적인 추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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