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농업 노동자가 줄어 과일과 채소 등 농작물 대부분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공급망에 타격을 줘 향후 물가를 더욱 밀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벤투라와 커널 카운티 등 캘리포니아의 주요 농업 지역에 수확 공백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농업 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민자들이 출근을 중단한 탓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농산물 생산을 담당하는 중요한 곡창 지대다. 캘리포니아주 농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의 과일·견과 75%, 채소 30% 이상이 이 곳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이민자 단속을 우려하는 농업 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제때 수확하지 못한 과일과 채소들이 밭에서 썩고 있다. 한 농장 관리자는 로이터에 "일반적으로 300명의 노동자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이번에는 80명이 출근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농장에서는 80명의 인원이 수확해야 하는 현장에 17명만 출근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출근을 꺼리는 이유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할 경우 식량 공급망과 농업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더글라스 홀츠 이킨 전 미국 의회예산국장은 "약 80%의 농업 노동자가 외국인인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불법 체류자"라며 "이들이 떠나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식품 가격을 밀어올리는 '에그플레이션'을 경고한 것이다. 벤투라 카운티 농민인 리사 테이트는 "농작물의 70%가 수확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만큼 많은 농장이 도산할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ICE 단속이 농업 분야와 호텔 등 서비스 업종의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정책적인 변화는 아직 없는 상태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자들이 떠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노동자들은 토박이 이민자들과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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