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막판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처음으로 김 후보와 함께 공동 유세에 나서며 통합 행보를 가속화했다.
김 후보는 26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AI 시대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잘 돼야만 우리 경제가 더 크게 돌아가고 국민들도 잘 살 수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반도체 산업이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가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앞서 첨단기술 산업 육성을 위한 전력망 등 인프라 구축, 각종 규제 혁파를 외치며 친기업 행보를 이어왔다. 이날도 김 후보는 규제 혁파를 약속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연구개발에서 나오고, 핵심 엔지니어가 집중해 근무에 주력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규제혁신처를 신설하고 자유경제혁신기본법을 제정해 다른 나라에 없는 여러 규제로 인해 산업이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법 리스크를 언급하며 “(이 회장이) 준법감시에 의해 거의 9년 동안 재판을 받고 있다”며 “세계의 기업 중 이런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떤 기업이 법을 지키지 않아도 재판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오래 끌면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대한민국이 기업하기 좋고, 한국 기업이 외국에 나가는 대신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며 “그것이 경제이고 일자리이며 민생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앞서 경기 안성 중앙시장을 찾아 시민을 만났다. 그는 유세 이후 기자들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을 최대 100명까지 증원하고,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철회한 것과 관련해 “대혼란과 민주주의의 대후퇴를 가져왔다는 것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이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발상 자체가 방탄 발상이다.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히틀러식 독재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김 후보 도봉구 선거 유세 현장에는 한 전 대표가 5·3 전당대회 이후 23일 만에 처음으로 김 후보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게 쇄신을 위한 3대 조건 등을 제시하며 개별 유세를 진행해왔다. 대선 국면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김 후보가 대통령 당무 개입 원천 차단 등 당정 관계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자 통합 행보를 가속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은 사악해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무능해서 위험하다”며 “중도층이 김 후보를 찍게 만들기 위해서는 계엄 옹호론,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긋고 친윤 구태 정치를 확실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후보는 “우리는 손 잡고 승리의 그 날을 맞이할 것”라고 화답했다.
김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국민의힘 충남도당을 방문해 지방 공약 보따리도 풀었다. 김 후보는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임’을 선언하면서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계획권을 이양하겠다”고 공약했다. 세부적으로 중앙의 사무·인력·재원의 포괄적 이양과 경찰, 노동, 중소기업, 환경 등에 대한 핵심 권한을 모두 지방정부로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방정부의 도시계획, 산업, 교육, 조직·인사 등 주요 권한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아울러 “시도 행정 통합을 통해 지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더욱 확대된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또 “지방정부가 순수 지방비로 추진하는 1000억 원 이하의 사업에 대해 중앙투자심사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총 규모 300억 원 이상의 사업은 중앙투자심사제도의 대상으로 포함된다. 현행 총 규모 500억 원 이상, 국비 300억 원 이상인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기준도 각각 총 규모 1000억 원 이상, 국비 500억 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균형발전특별회계 규모를 2025년 기준 14조 7000억 원에서 연간 30조 원으로 대폭 증액 △국회·대통령집무실 세종 이전 △대광역권 거점별 ‘국가 AI 슈퍼컴퓨팅센터’ 구축 △비수도권 교육시장 규제 완화 및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 △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 △의과학 분야 지역인재전형 모집 비율 확대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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