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포로를 교환하는 와중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가 지금은 휴전을 외면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내년쯤부터는 병력과 무기 부족 문제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25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포로 교환 이틀째인 24일 밤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30여 개 도시와 마을에 공격용 드론 300대, 미사일 70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AP 통신 등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이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하루 안에 이뤄진 드론 공격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최소 12명이 숨졌고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사망자 중에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23∼24일 밤 사이에도 러시아가 미사일 14발, 드론 250대를 쐈다고 주장했다. 이 공격으로 키이우, 오데사 등에서 민간인이 최소 13명 사망하고 56명은 부상을 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테러 공격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에 충분한 사유”라며 “전쟁을 질질 끌고 있고 매일 같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침묵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도 같은 날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모스크바로 날아오던 드론 12기를 요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셰레메티예보 등 모스크바 인근 공항 4곳에서 항공기 운항을 제한했다. 러시아는 23∼24일 밤 사이에도 벨고로드 지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의 공습을 받고 드론 94대를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합의한 대로 23일부터 이날까지 전쟁 포로를 1000명씩 교환했다. 두 나라는 협상에서 휴전 조건에 팽팽한 이견을 보이면서 포로 맞교환에만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 언론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소한 올해 안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산업 구조를 군수 생산 중심으로 상당 부분 전환했고 현재 100만 명의 병력을 전선에 투입했다”고 짚었다. 그는 “지속 가능한 평화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접근, 강력한 외교적 압박을 병행할 때만 가능하다”며 “푸틴 대통령은 쉽게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유럽 고위 관료와 군사 전문가 10여 명을 인용해 “러시아의 전력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내년이면 심각한 병력·무기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년 간 우크라이나 영토 0.6%를 추가 점령하면서 하루 평균 15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의 총 사상자가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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