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함북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5000톤급 구축함 전복 사고를 이례적으로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가운데 이 자체가 해군 능력 증강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미국 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북한 해군의 신형 구축함 진수 실패가 김정은의 핵심 취약점을 드러냈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WSJ는 북한이 숫자로 볼때는 거대한 해군 함대와 공군, 미사일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핵무기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다른 측면들은 개발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군사 정보에 따르면 북한 해군은 약 6만 명의 병력, 420척 이상의 전투함, 7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도 장비 노후화와 낡은 무기 체계 탓에 해상 경비대 수준의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WSJ도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제트기, 탱크, 함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구식이라고 평가하면서 김정은이 이 때문에 다급하게 군사 장비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WSJ는 특히 지난 21일 청진조선소 진수식에서 일어난 5000톤급 구축함의 전복 소식을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점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정보가 억압된 사회 중 하나인 북한이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김정은이 해군의 발전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를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당시 사고를 직접 참관한 뒤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고 질타했다. 북한 로동신문은 25일 “법기관에선 사고 조사 그루빠(그룹)가 확증한 조사 자료에 따라 사고에 책임이 있는 청진조선소 기사장 강정철, 선체총조립직장 직장장 한경학, 행정부지배인 김용학을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김정은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군함을 보유해 지상 무기를 보완할 수 있는 ‘2차 타격(second strike)’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해상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 탐지를 피해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 같은 자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WSJ는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뒤 러시아와의 군사적 유대 관계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군사 전문가들은 최신식 구축함에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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