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다쳐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뒤 호전됐음에도 걷지 못하는 것처럼 속여 보험금 18억원을 탄 7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병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70대)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보험급여를 부정 수령하는 데 공모한 B씨(74)에게도 징역 1년 8개월이 선고됐다. B씨는 지인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빌려와 A씨가 거짓으로 간병비 명목의 보험급여를 받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1997년 3월 대전의 한 대학 도서관 증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두 다리를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양하지 마비 증상으로, 중증 요양상태 등급 제1급 8호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 치료로 같은 해 11월부터는 증세가 호전돼 지팡이를 짚고 혼자 보행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그럼에도 A씨는 이후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내원하며 하반신 마비 증상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1999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총 18억4259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는 실제 수령 가능한 금액보다 약 12억원가량 더 많은 금액이었다.
A씨와 B씨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지인 4명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빌려 마치 이들이 A씨를 간병한 것처럼 꾸미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약 1억5900만원의 간병비도 추가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가 산업재해로 장해를 입은 뒤 일부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어 생계가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며 “처음부터 공단을 기망할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근로복지공단의 관리 소홀에 편승해 장기간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피해 규모가 18억원에 이르고, 공적 보험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만큼 재범 방지를 위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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