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관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양상이다.
8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9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스위스 프랑이 올 들어 달러 대비 10% 급등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스위스 금융권은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스위스가 글로벌 자금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외국인의 스위스 부동산 투자는 1년 새 5배나 늘며 자본 유입이 뚜렷하다.
하지만 수출 주도 경제구조를 가진 스위스에 통화 강세는 치명적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로 물가 상승이 멈췄고 수입물가는 2.5%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SNB가 경기 부양을 위해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6월 0%까지 내리고 9월에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국도 기준금리 인하로 무역 불확실성에 대응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4.50%에서 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1년 새 네 번째 금리 인하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확대 발표 이후 경제성장 둔화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브라질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전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인 14.75%로 올렸다. 이는 2006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치다. 물가 상승률(5.49%)이 목표치(3.00%)를 크게 웃돌자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트럼프발 관세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달러 대비 헤알화 강세와 일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안정 요인이 존재하지만 브라질 경제의 구조적 불안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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