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판결 이후 대법원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 후보의 상고심 판결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던 데 대해 법조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사법 테러’ 규정하고,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전면전’까지 예고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한 부장판사는 최근 내무망 ‘코트넷’에서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해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지법 한 부장판사도 “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었다. 1·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 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 했다”며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 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계도 속속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페이스북에서 “이건 재판이 아닌 정치”라며 “민주당은 파기환송심의 중단과 조희대(대법원장) 등 10명의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라.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회는 (대법관) 10명과 파기환송심 판사 3명을 5월 14일에 탄핵소추하라’고 주장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날 페이스북 글에서 “우리 사법사상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이런 공판 진행이 이뤄지는 일은 없었다”며 “대법원장은 물론 일부 법관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일 고등 법원의 판사들마저 이례적 속도로 이재명 후보자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대법관 10명을 탄핵하여 직무에서 배제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학계 비판 속에 민주당은 사법부에 대한 공세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성열 1차 내란, 한덕수·최상목 2차 내란, 조희대 3차 내란”이라며 “조 대법원장을 향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했다. 다만 탄핵 추진은 보류하기도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의원 대부분이 사법부의 행위가 위헌·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조 대법원장 등) 탄핵을 포함한 대비책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탄핵을 결정한 것처럼 얘기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있고 국민 여론 획득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탄핵 추진 여부 결정 시점에 대해선 “15일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기일을 가장 많은 의원이 언급했다”며 “15일로 잡힌 공판 기일 변경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공판 기일 변경 등 재판부의 반응에 따라 향후 탄핵을 추진할 지 여부를 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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