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으로 꼽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사업이 무더기로 무산됐던 성북구 장위뉴타운 재개발이 최근 몇 년 사이 활력을 찾고 있다. 사업을 추진했던 구역들이 잇따라 완공되며 나머지 구역 주민들의 개발 의지가 높아져 후발 구역들도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장위뉴타운은 서울 외곽, 구릉지라는 점에서 기인한 사업성 한계를 공공재개발 등의 공공 지원 사업으로 극복하면서 ‘2차 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는 19일 주민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장위동 85번지 일대 12만 1634㎡의 장위8구역은 2801가구 규모 ‘래미안 트리젠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장위8구역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행을 맡는 공공재개발로 사업을 진행한다.
공공재개발은 민간 단독으로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노후 주거지 정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SH공사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제도다. 장위8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용적률 상향, 신속 인허가, 이주비 부담 완화 등의 혜택에 주목해 2020년 공공재개발을 신청했다. 이를 통해 용적률을 법적 상한(2종 일반주거지역 250%)의 1.2배인 300%로 높여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 재개발을 진행하는 장위뉴타운 사업지는 8구역만이 아니다. 장위9구역도 지난해 LH를 시행자로 지정하고 26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업계에서는 앞서 입찰에서 단독 참여한 DL이앤씨·현대건설 컨소시엄 선정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8·9구역은 장위뉴타운 중심부에 위치해 더욱 관심을 끄는 구역으로 꼽힌다. 뉴타운이 완성되려면 각 구역의 기반 시설이 서로 연계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장위뉴타운은 지난 십수 년간 많은 부침을 겪었다. 2006년 186만 7000㎡ 부지가 15개 구역의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로 지정됐을 당시만 해도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8구역과 9구역을 포함해 총 6개 구역(11·12·13·15구역)이 줄줄이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12구역이 올해 3월 공공주택복합사업지에 선정된 것을 끝으로 최근 모든 구역에서 사업이 재개됐다. 11구역은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인근인 점을 이용해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으로 사업 방식을 정하고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입안 신청을 마쳤다. 준주거지역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450%까지 올려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13구역은 구역을 둘로 나눠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대상지 선정에 도전하고 있다. 15구역은 2021년 정비구역 해제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현재 시공사 선정 단계다.
반쪽으로 끝나는 듯했던 장위뉴타운 재개발이 반전을 맞은 것은 동쪽 구역들이 재개발에 성공하면서 주민들의 개발 의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장위뉴타운은 구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돌곶이로를 중심으로 동쪽 구역과 서쪽 구역으로 나뉜다. 동쪽은 평지가 많고 3개 지하철역(돌곶이역·석계역·광운대역)으로 둘러싸여 있는 등 입지가 비교적 나아 서쪽보다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2017년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를 시작으로 올해 3월 장위자이레디언트까지 총 5개 구역(1·2·4·5·7구역)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했다.
장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새 아파트 입주로 주거 환경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자 재개발에 대한 서쪽 구역 주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며 “분양 성적도 좋고 뉴타운 북쪽으로 경전철이 들어오면 동네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로 이름을 붙인 6구역은 지난해 전용 84㎡를 11~12억 원대에 공급했는데 정당계약 진행 일주일 만에 100% 판매됐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은 것이 장위뉴타운의 2차 재개발 시기와 맞물려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위8구역을 수주한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공 재개발이어서 공사비는 높지 않지만 규모가 커 사업비가 1조 원 이상”이라며 “무엇보다도 공공이 시행해 안정성·투명성이 높다는 점이 건설사로서는 메리트”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