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열린송현] 대한민국 R&D와 가지 않은 길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R&D 예산배분, 효율·역동성 초점

기술사업화도 강조, 기업 도전 촉진

'추격자' 아닌 질러가는 전략 필요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읽으며 연구개발(R&D)의 본질과 연관 지어 두 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시인이 두 갈래 길 중 ‘사람이 적게 간 길’을 선택했듯 R&D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일부러 선택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둘째,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할 만큼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고 R&D의 경우 그 결과가 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운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의 R&D는 선진국이 이미 지나간 길을 쫓아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구사했다.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우리 국민의 근면성과 성실성 덕분에 그 전략은 크게 빛을 발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최근의 혁신 기술은 ‘승자독식의 룰’이 지배하는 데다 아예 추격자가 뒤따라갈 길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AI의 경우 독보적인 1등 미국과 맹추격 중인 2등 중국, 이 둘을 나머지 국가들이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미 우리보다 한참 앞서나가고 있는 상대를 따라잡으려면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지 않은 길로 질러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 주도 성장을 이끈다’는 담대한 비전을 담아 ‘2026년 국가 R&D 투자 방향’을 발표했다. 대한민국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기 위해 어떻게 R&D 예산을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설계도로, 우리 정부의 투자 시스템을 효율성·효과성·민첩성·역동성 등 네 가지 측면에서 고도화해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정부는 AI, 첨단 바이오, 양자 등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되 민간이 하기 어려운 차세대 기술 탐색과 생태계 조성에 집중할 것이다. 동시에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모빌리티 등 전략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초격차 확보와 지속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예년과 달리 특별히 강조한 부분은 기술사업화다. 애써 일궈낸 R&D 성과가 실제로 국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화 연계 기술 개발 사업에 투자해 원천 기술과 사업화 간 간극을 좁혀나갈 것이다. 또한 혁신 선도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해 이들 기업의 도전과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R&D의 바탕은 결국 인재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혁신 국가의 기본적·핵심적 임무다. 연구·산업 현장의 수요 진단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우수 인력을 불러들여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투자에 맞춰 다음 달에는 각 부처가 구체적인 사업의 형태로 R&D 예산을 요구하고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6월 말까지 배분·조정안을 만들 것이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지 않은 길에 과감하게 발을 내디딜 필요가 있다. 두려움을 물리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산학연의 모든 구성원을 제대로 지원하는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