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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AI 정부 막는 예타 보수주의

■경제부 유현욱 기자





서울경제신문이 보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정부로 가자’ 기획 기사를 취재하면서 만난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예비타당성조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내놓았다. 예타는 대규모 재정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사전 조사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거름망이지만 툭하면 “전례가 없다”는 식의 재정 보수주의로 흘러 현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기업과 학계의 불만이다.

2023년 말부터 가동 중인 국내 유일의 국가AI데이터센터 역시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다면 깐깐한 심사에 발목 잡혀 시간을 허비하다가 입도선매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까지 잃을 뻔했다고 한다. 엔비디아의 GPU H100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칩 값도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예타 제도의 긍정적인 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예타 면제 건수가 7년째 심사 완료 건수를 웃도는 등 유명무실해졌다는 현실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신수종에도 낡은 기준을 갖다대면서 혁신을 가로막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전 공기업이 참여한 해상풍력 사업은 예타 탈락 이후 추진 동력을 크게 상실해버렸다.

이는 개발부터 운영까지 30년 이상 소요되는 초장기 프로젝트인 해상풍력 사업 특성에 맞지 않는 할인율 산정과 기존 육상풍력 등에 적합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 같은 경제성 분석 탓에 생긴 일이다. 석유공사가 신청한 동해가스전 활용 탄소포집·저장(CCS) 실증 사업 심사도 “국내 첫 사례라 신중을 기한다”면서 1년 3개월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6~7년가량 뒤처진 기술 수준을 따라잡을 기회마저 날릴까 우려한다.

AI에이전트(비서)가 정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경우 기존의 틀에 박힌 정책 판단은 AI의 도움을 받아 훨씬 더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AI 관료의 판단을 바탕으로 담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 조직 문화도 필요하다. AI 부총리제가 신설된다면 제일 먼저 예타 면제권부터 부여하라는 전문가들의 직언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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