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중독에 따른 환자가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중 70% 이상이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병원을 한 번 찾은 이후 발길을 끊는 등 치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중독의 사망률은 조현병,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서도 높은 편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낙인효과와 같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국립정신건강센터 연구용역으로 작성된 ‘공공보건의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마약류 사용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마약류 중독질환으로 6877명이 병원을 찾았다. 전년대비 6.5% 증가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마약류 중독 유병률도 인구 10만명당 17.3명으로 전년보다 1.2명 늘었다. 반면 2022년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8395명에 달했으며 이듬해인 2023년에는 2만7611명으로 사상 처음 2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다. 보고서는 “마약중독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재활치료를 비롯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약류 중독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시기도 매우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2년 마약중독을 처음 진단 받았던 3578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 중 78.5%가 외래진료 혹은 입원치료를 1회씩만 받은 후 더 이상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정신질환의 경우 치료중단율이 재발성 우울 27.2%, 양극성 정동장애 20.0%, 조현병 16.7% 정도인데 비해 현저히 높다.
치료를 시작하는 나이도 많았다. 중독질환의 발생연령을 조사해 보면 개별 약물마다 40대 환자의 비중이 코카인(95.9%), 아편(64.8%), 진정제(61.7%) 등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구팀은 질환의 발생연령을 치료를 시작하는 연령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마약류 중독이 치료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도 늦기 때문이다. 건강상태도 대부분 나빠,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은 물론 위·십이지장염, 목구멍·가슴 통증, 구역 및 구토, 호흡이상 등 신체적으로도 질병에 시달렸다.
보고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적으로 전문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하고 법과 지원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마약 중독질환의 낙인효과를 줄이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 및 분위기 조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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