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60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넘보는 수준이다. 공사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이제 막 정비사업 첫발을 뗀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들의 분양가는 7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고 일반 분양가로 3.3㎡당 5800만 원을 제시했다. 국민 주택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는 20억 원에 달한다. 최종 분양가는 성남시의 승인을 거쳐 결정된다.
1994년 지어진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았으며, 총 873가구로 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103가구다. 조합은 이르면 오는 6월 일반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단지는 분당신도시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최초로 일반 분양에 나서는 신축 아파트가 된다. 앞서 조합은 시공사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3.3㎡당 기존 668만 원에서 787만 원으로 약 18% 인상한 바 있다.
분당에서는 올해 리모델링 신축 단지들의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바로 옆 ‘느티마을 4단지’는 총 1149가구 규모로 들어서며, 이 중 143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현재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아직 분양가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협상 결과에 따라 3.3㎡당 6000만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총 647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도 연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분양가를 넘보는 수준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433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공급한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의 3.3㎡당 분양가는 5409만 원을 기록했다.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9억 8700만 원이다. 같은 해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는 3.3㎡당 6496만 원에 일반 분양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 분당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축 공급이 희귀한데다 느티마을 3·4단지는 정자역 바로 앞에 위치해 분당 신도시 내에서도 입지가 좋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 분양 물량 완판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당 신도시 내 아파트값은 올해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31일 기준)까지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40%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 아파트값이 0.28%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KB시세 기준 3.3㎡당 평균 매매금액은 4977만 원으로 5000만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4년 입주한 정자동 ‘파크뷰’는 지난달 전용 84㎡가 20억 7500만 원에 팔리며 처음으로 매매 금액이 20억 원을 넘어섰다. 분당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덩달아 매수 문의가 늘어나면서 한두 달새 호가가 5000만 원씩 뛰었다”고 전했다.
분당 신도시 신축 아파트 몸값이 윤곽이 드러나면서 향후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 재건축 로드맵으로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제시했다. 앞서 시범 우성·현대와 양지마을 등 분당 선도지구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올해 초 주민설명회에서 향후 일반 분양가를 3.3㎡당 6000만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공사비는 3.3㎡당 900만 원으로 예상했다.
다만 정비업계서는 착공 및 입주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1기 신도시의 경우 통합 재건축이 대다수이고 면적이 넓어 변수가 많을 것”이라며 “착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만큼 일반 분양가는 3.3㎡당 7000만 원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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