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컨설팅 회사들은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입품의 신고 가격을 전략적으로 낮추는 꼼수’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 회계법인 RSM의 무역 자문 책임자 마크 루드위그는 “100달러짜리 제품 가격을 계약 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90달러로 낮추면 동일한 25% 관세율이라도 실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이 같은 꼼수를 꾸준히 쓰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기업들이 가장 활발히 쓰고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입 과정에서 중간 마진이 붙기 전 초기 판매가를 신고하도록 계약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공급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의도적으로 두 항목으로 나눠 일부만 관세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회계법인 BDO의 관세 전문가 매슈 머미구시스는 “증류주를 수입할 때 해외 공급 업체는 술뿐만 아니라 광고나 판촉 서비스도 제공한다”며 “광고 비용을 따로 떼내 제품 가격만 신고하면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EY는 더 복잡한 방법을 제안했다. 상품 가격에 포함된 지식재산권 사용료(로열티)를 따로 떼내 제품 값과 로열티 비용을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다. EY는 이를 통해 관세 대상 금액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기존의 세금 회피 전략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전통적으로 다국적기업들은 해외 자회사에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미국 내 수익을 낮추고 세금이 낮은 해외 지역에서 수익을 올리는 세금 전략을 써왔다. PwC의 관세 자문 크리스틴 볼은 “관세 절감 전략과 기존 세금 절감 전략이 상충할 수 있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MG의 무역·관세 리더 앤드루 시칠리아노는 “이러한 가격 전략은 매우 복잡하며 잘못하면 세관의 집중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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