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는 위대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한 주 동안 세상의 모든 대회들은 숨을 죽인다. ‘마스터스 위크’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위대한 마스터스를 존경하는 주간. 마스터스에 경의를 표하는 주간이다. 거기엔 세상 최고 대회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 평소 한적하고 조용한 미국 조지아 주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가 그 한 주만큼은 세상 어느 곳보다 북적인다.
‘디 오픈’이 세상 유일한 오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마스터스’가 세상 최고의 대회로 인정받는 이유는 ‘명인 열전’에 제대로 서사와 스토리를 입혔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고 골퍼만 고르는 깐깐한 출전 조건은 물론 대회 장소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한 곳만 고집하는 것이나 상업적 광고를 철저히 배제하는 노력이 마스터스가 세계 최고의 대회로 군림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마스터스는 고집스럽게 상업적 광고를 허용하지 않지만 특유의 로고가 새겨진 ‘마스터스 굿즈’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상업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기 굿즈를 손에 넣기 위한 경쟁은 선수들의 샷 대결만큼 치열하다. 어떤 때는 오픈 런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역시 마스터스가 만들어낸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회 역사 뿐 아니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홀 하나하나에도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게 마스터스다. 아멘 코너의 상징이자 골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3홀인 12번 홀은 세계 최고 선수들의 눈물과 한숨 그리고 환호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대회에는 ‘마스터스의 아이콘’ 타이거 우즈가 없다. 하지만 로리 매킬로이가 있고 스코티 셰플러가 버티고 있다. 날카롭게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PGA와 LIV 소속 골프 명인들이 이 때 만큼은 휴전을 선언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이 위대한 마스터스 주간에 국내 무대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iM금융오픈이 열린다. 세상의 다른 대회들이 쉬더라도 인기 절정의 KLPGA 투어는 쉴 여유가 없다. 새벽 눈을 비비며 봐야하는 마스터스보다 오후 편한 시간 골프 대회를 즐기고 싶은 국내 골프 팬도 있는 법이다. 화끈한 남자 골프보다도 아기자기한 여자 골프의 매력에 더 열광하는 골프 팬도 있다. 그게 바로 골프의 다양성이기도 하다.
‘마스터스 위크’인 이번 주 넬리 코르다도 지노 티띠꾼도 리디아 고도 없다. 그 뿐인가. 고진영도 김효주도 윤이나도 볼 수 없다. 하지만 국내 골프팬에게는 황유민이 있고 박현경이 있고 방신실도 있다. 이예원, 배소현, 고지우, 김수지, 박보겸의 샷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Hey Masters. I’m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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