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을 설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한국을 콕 집으며 미국을 제조 국가에서 조립 국가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나바로 고문은 3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세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독일·일본·한국인들이 미국을 제조 국가(manufacturing nation)에서 조립 국가(assembly nation)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도 내부 회의에 나바로 고문이 참석하지 않자 “피터가 오기 전까지 회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나바로 고문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나바로 고문은 “독일과 일본인들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하고 부가가치가 크며 임금이 높은 부품을 우리에게 보내 조립하도록 한다. 우리가 매년 이들 국가로부터 구매하는 자동차의 고작 19%만 미국산 엔진과 변속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인들이 구매하는 연간 1600만 대의 차량 중 수입하는 절반에는 미국산 부품이 사실상 없고 나머지 절반은 부품의 50%가 외국산”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공장 생산 확대 등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나바로 고문은 단순 조립만 해서는 안 되며 핵심 부품까지 미국 내에서 생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6일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공식 발표하며 자동차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에 대해서도 5월 3일 이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나바로 고문은 “멕시코에 미국에 수출할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있다”며 “독일·일본·한국과 멕시코인들이 우리의 제조 역량을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세 때문에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에 “외국인들이 인플레이션 대부분을 부담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플레이션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며 “외국인들은 (미국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자기들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 기업이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지 말고 알아서 흡수하라는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자동차 관세만으로 연간 10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다른 관세로 연간 6000억 달러가 들어올 것이라고 봤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아시아 지역 경제성장률을 최대 1.3%포인트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아시아의 수출주도 성장 모델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며 올해 이 지역 경제성장률을 최대 1.3%포인트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롤런드 라자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는 전후 아시아의 수출주도 성장 모델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는 경기순환적, 금융적 쇼크였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구조적인 쇼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에 공급망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감과 미국 경제 ‘나 홀로 호황’이 겹치며 아시아 국가의 대미 수출이 급증했던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이번 관세정책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19년 12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대미 수출을 100이라고 봤을 때 올해 1월 말에는 수치가 150.7로 껑충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 국가의 대중 수출은 100에서 116.2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이미 발표된 미국의 관세정책과는 별도로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1.3%포인트 깎일 것”이라며 “아시아가 미국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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