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글로벌 기업들에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를 압박하는 가운데 대만과 일본이 자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31일 대만 연합보(UDN)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최근 자국 내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배치 계획을 1.4나노로 전환하며 공급망 업체들에 필요한 설비를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첨단 양산 기술은 3나노이며 TSMC는 아직 양산 전 단계인 2나노 기술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TSMC는 올해 먼저 북부 신주과학단지의 바오산 제2공장에 1.4나노 시범 생산라인(미니 라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1.4나노는 2027년 시험 양산을 시작해 2028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만 언론은 이번 TSMC의 계획이 지정학적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TSMC의 기술 주도권과 핵심 생산 거점을 본사인 대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연합보는 TSMC가 향후 대만에 3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도 2027년 제품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라피더스는 이달부터 홋카이도 지토세시 공장에서 2나노 반도체 시험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라피더스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나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천명한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라피더스 시제 라인 가동에 필요한 제조 장비, 원자재 조달, 생산관리 시스템 개발, 제조 기술 확립 등에 필요한 추가 자금으로 8025억 엔(약 7조 916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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