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4개 권위주의 국가가 우크라이나 종전 여부로 갈림길에 섰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연합에 맞서 결속을 다져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결과에 따라 네 나라의 관계가 지금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중재한다면 중국·러시아·이란·북한, 일명 크링크(CRINK)의 유대감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서방의 일부 외교관들은 이들 네 나라를 국가명의 머리글자를 따 크링크라고 부른다. 크링크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위협할 새로운 ‘악의 축’ 후보로 지목돼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공통의 적’이 미국이다. 크링크의 결속이 강화된 계기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다. 북한·이란·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군수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러시아를 위해 각각 파병, 드론 기술 전수, 군수물자·생필품 제공 등으로 직간접적 지원을 해왔다.
특히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세 나라는 협력을 다져왔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들 4개국이 무역·금융·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경쟁할 대안적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결 고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계기로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중국 역시 다자주의를 앞세워 서방과의 관계 강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휴전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서방과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네 나라의 결속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한국·일본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양상이다. 29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10월 말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 중국은 올해 일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도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중국이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 문제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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