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우리 바다가 아열대화하고 있다. 동해안에서 초대형 참다랑어(참치)가 잡히는 등 어류의 어장 형성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968년부터 2023년까지 56년간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해 전 지구 상승치(0.7도)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동해 표층 수온은 같은 기간 1.9도 상승하며 서해(1.27도), 남해(1.15도)에 비교해 더 빠르게 상승했다.
수과원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우리 어장 지도는 크게 바뀌었다. 어종이 전체적으로 북상하는 가운데 제주도와 동해에서 아열대 어종이 출현하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동해 남부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는 서해와 동해 북부로 어장이 이동했고, 남해에서 잡히던 멸치도 서해와 동해 전역으로 어장을 옮겼다.
한류성 어종으로 동해에서 잡히던 도루묵은 북쪽으로 어장을 옮겼고, 삼치는 남해와 동중국해에서 연근해와 서해로 어장을 이동했다. 특히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인 태평양 참다랑어는 제주에 등장한 뒤로 동해까지 어장을 확대하고 있다.
참다랑어의 어란과 어린 물고기는 지난 2021년 최초로 제주도 남부 해역과 독도 주변 해역에서 발견됐고, 2023년에는 남부와 동해 남부 등 해역까지 광범위하게 출현했다고 수과원은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도 최근 공개한 '울릉도와 독도 생물다양성 특성 연구' 보고서를 통해 "수온이 상승하며 어종 구성이 변화하고 열대·아열대성 종의 유입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후변동으로 동해 해수온이 상승하며 어류 분포·이동의 변화가 더 현저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측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우선 변화한 어장에 맞춰 어업인이 조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어장지도를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또 어장 변화에 맞춰 어업 허가나 면허를 변경해주거나, 지역 간 조정하는 대책도 추진 중이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도 팔을 걷었다. 1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아열대화 영향 기후변화축 해양생태계 먹이망 구조 연구'를 발주했다. 수과원은 해당 연구의 목적은 우리 해역의 아열대화로 어류의 먹이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추적하고, 우리 해역의 어장 지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과원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어류의 서식지와 산란장 이동 등 연근해 주요 수산자원의 심각한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주요 수산자원이 북상하고 아열대 종이 유입돼 종합적인 (어류의) 먹이망 변동과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수치·가시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5년간 수과원은 연근해 바닷물을 직접 떠서 채취한 뒤 그곳에 있는 해양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해 어느 어종이 해당 해역에 서식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해당 해역에서 어떤 어류가 잡히는지, 그 어류는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등을 조사해 변화하는 해양 먹이망과 수산자원의 변동 정도를 파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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