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헌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인해 기소될 수 없으며, 모든 공식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
“군대를 내란의 도구로 삼은 군 통수권자를 파면해야 합니다.” (국회 측)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 등을 둘러싸고 마지막까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정당한 통치 행위로 면책 대상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회 측은 민주주의 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한 사실상의 독재 행위라고 맞섰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최후 변론의 상당 시간을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비상계엄은 헌법이 대통령에게만 부여한 비상조치권이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에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탄핵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해 7월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 공적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한 판결문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삼권분립 체제에서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해 법원은 사법 심사 권한이 없다. 이번 사법 심사에서도 고려돼야 할 시의성 있는 판결이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면책 판결을 현 사건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역시 헌재에 탄핵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처벌하거나 탄핵으로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향후 국가적 위기가 발생해도 대통령들이 계엄 선포를 주저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더 큰 위험과 혼란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거대 야당의 입법 폭거와 일방적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혼란 상황을 들었다. 차기환 변호사는 “현재의 국정은 구멍이 나 침몰 직전의 상황을 모르는 배”라며 “비상계엄은 화재경보를 울려서라도 배를 구하고자했던 선장의 충정”이라고 비유했다. 김계리 변호사는 “반국가세력의 사회장악, 거대 야당의 ‘파시즘 행위’ 등으로 처한 국정 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국민 호소를 위한 비상계엄 선포였다”라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도 계엄 선포의 이유로 거론됐다. 도태우 변호사는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 어느 쪽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견제·감독하지 못해 자체적인 정화 능력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원수 지위인 대통령이 유일하게 선관위를 견제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국회 측은 이날 대리인단 9명이 총공세에 나서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헌법 파괴 행위이자 민주공화국 전복 행위라는 것이 요지다.
국회는 12·3 비상계엄을 ‘군대를 도구로 삼은 내란’이라고 평가했다.
김선휴 변호사는 “30여 명의 군인이 내란과 직권남용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 사령관들은 ‘명령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변명한다.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이 내세운 변명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5·18 내란 재판에서 전두환의 지시를 이행한 군인들도 모두 처벌받았다”면서 “위헌·위법한 행위의 최종 명령권자로서 이들을 내란의 도구로 동원한 피청구인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조항을 인용하며 “민주공화국은 국민주권이 출발점이며 대의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선거와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제는 민주공화국 국민이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칙”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 측이 줄곧 주장해온 ‘부정선거론’을 겨냥해 “부정선거 의혹 규명, 선거 시스템 점검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구차하다”고 꼬집었다.
뒤이어 마이크를 받은 이원재 변호사 역시 “피청구인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침입해 서버를 압수수색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확산시킨 행위는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대의제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신뢰성을 크게 훼손 시켰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을 겨냥해 ‘내란·탄핵 공작’이라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그날(지난해 12월 3일) 밤 일선 지휘관들에게 직접 내린 명령이나 우리가 지켜본 현장 상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이 되레 극성 지지층에게 호소하고자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배척했다. 황영민 변호사는 “국회에 대한 경고용이었다는 피청구인의 변명을 믿어본다면, 피청구인은 군사력을 과시해 제왕의 권위를 떨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측 대리인은 모두 최종 변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이수 변호사는 “이 재판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재판이다. 부디 피청구인을 파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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