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헌법재판관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는 경우 기존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게 하는 법안이 나왔다. 이를 두고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후임자가 임명되지 못한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6개월에 한해 기존 헌법재판관의 직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현행법상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임기가 만료된 뒤에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는 경우 6개월 동안 직무를 더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최근 야권에서는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하거나,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과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기존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오는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겨냥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돼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두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헌법이 정한 6년 임기를 무시하고 법률 개정으로 연장하려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헌재를 민주당의 ‘재판거래소’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국회의 선출이나 대법원장의 지명 후 10일 이내(서영교 의원안), 또는 7일 이내(이성윤 의원안)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법안들도 발의됐다. 박균택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대통령이 국회의 선출과 대법원장의 지명 이후 즉시 임명하게 하고, 이에 대한 거부는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법안을 발의한 복 의원 측은 특정인을 겨냥한 법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 의원은 법안 제안설명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공백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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