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의 작품을 남긴 윤동주(1917~1945) 시인에게 일본의 모교인 도시샤대가 16일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는 이날 교내 예배당에서 학위 수여식을 열고 윤동주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1875년 설립된 이 대학이 사망한 사람을 대상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시샤대는 지난해 12월 고하라 가쓰히로 총장 주재로 학장단 회의를 열고 윤동주에 대한 명예 문화박사 학위 수여를 결정했다.
이 대학 이타가키 류타 사회학부 교수는 “재학 중 체포돼 숨진 윤동주 시인을 대학 측이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담긴 특별한 결정”이라고 학위 수여 배경을 설명했다.
수여식에는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윤 교수는 “1995년 도시샤대에 시비가 건립되고 30년이 지나면서 일본에도 고인의 영향이 커진 점을 인정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시샤대 교내에 세워져 있는 윤동주 시비 앞에서는 시비 건립 30주년 추도식 실행위원회 주최로 추모식도 열렸다.
진창수 주오사카 총영사는 기념사를 통해 “한일 양국의 슬픈 역사 속에서 치열하게 산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삶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뜻깊은 해에 시인의 정신을 되새기며 한일 우호를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동주는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에 있는 릿쿄대에 진학했다가 1942년 10월 도시샤대 문학부 문화과 영어영문학 전공으로 편입했다. 학교를 다니던 도중 1943년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그는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다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28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일본에서는 일본 문학 작가인 이바라키 노리코(1926~2006년)가 윤동주의 시를 인용하며 쓴 수필이 교과서에 실리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교토에는 현재 교토예술대학 캠퍼스로 바뀐 윤동주의 하숙집터에도 시비가 세워져 있다. 또 윤동주가 친구들과 송별 소풍을 해 마지막 사진을 남긴 교토 우지강 인근에는 2017년 그의 일본 팬과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돼 건립한 기념비 ‘기억과 화해의 비’가 있다.
윤동주 서거 80주기를 맞은 올해 시인을 추모하는 행사는 일본에서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동주가 도시샤대로 학교를 옮기기 전 다닌 릿쿄대에서는 23일 기념 강연회와 시 낭독회가 열릴 예정이다.
연세대에서도 올해 상반기 윤동주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기념관 야간 개관, 윤동주 포럼, 광복 80주년 특별전 ‘연희전문과 독립운동’ 행사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