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핵·미사일 동결 또는 군축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그세스는 14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인사 청문회에 제출한 사전 답변서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와 핵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 사거리 증대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 증대되는 사이버 역량은 모두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하는 것을 꺼려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국방정책 최고 책임자가 이를 공개 언급함으로써 향후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며 핵·미사일 동결 및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해졌으며 이를 고집해 북한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을 방관하기보다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 등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스뉴스 진행자 시절인 2018년 “김정은에 기회를 주자”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헤그세스는 이날 김정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헤그세스는 또 “중국의 신속한 군사력 강화를 고려,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태세를 재점검하겠다”고 전했다.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주한미군을 비롯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현 상황을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향후 주한 미군의 규모와 수준에도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동맹은 일방적일 수 없다”고 강조해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등을 예고했다.
다만 헤그세스는 미국의 해군, 조선업 재건과 관련해 “트럼프는 선박 건조가 최고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 분명히 말했다”며 미국의 인력 부족 등을 감안할 때 “신속한 투자가 필요하고 해외 기업들을 장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에서 한미 간 조선업 협력이 빨라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분석된다.
헤그세스는 성폭행 혐의, 과음, 불륜 의혹 등으로 지명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으나 미 언론들은 결국 상원 인준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상원 인준에는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전체 100명의 의원 중 공화당 의원이 현재 52명이다.
*핵보유국(nuclear power):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 보유 권리가 공인된 미·중·영·러·프 등 5개국을 포함해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 비공인 핵 보유 국가를 총칭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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