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서류와 달리 면접에서 신장, 출신 지역, 출산 가능성 등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하더라도 처벌이 어려운 제도 공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과 관련한 법이 있지만 정작 다른 법에 의존해 현장의 부당한 채용 면접 관행을 막아야 하는 실정이다.
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면접에서 키, 출신 지역, 혼인 여부, 혼인 기간, 출산 가능성을 묻는 경우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이 해석은 지난달 채용절차법 Q&A 자료집 형식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고용부가 이런 유권 해석을 내린 이유는 채용절차법상 제4조의 3(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를 면접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 측은 “면접상 질의응답을 통해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 정보를 질문하는 경우 기초 심사 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 자료로 수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출산 가능성 질문이 과태료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부는 출산 가능성과 같이 남녀 성차별 요소가 있는 만큼 다른 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채용절차법의 법적 한계를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빌려오는 방식으로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면접 관행으로 피해를 보는 구직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2021년 고용부에 신고된 채용절차법 위반 신고 559건을 분석한 결과 60.5%는 구직자의 신체적 조건이나 개인 정보를 요구한 사례였다. 그동안 여러 취업 포털 업체의 설문조사에서도 여성 구직자가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남성 구직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여야가 앞다퉈 채용절차법 개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가장 기대를 모으는 움직임은 국민의 힘이 5월 당론으로 발의한 채용절차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다. 법명을 ‘공정채용법’으로 바꿀 정도로 채용 절차 전반 과정을 새로 짠 이 법안은 출신 지역의 개인 정보 요구 금지 조항을 새로 신설했다. 이를 통해 면접에서도 개인 정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질문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여당의 법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 법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구직자가 불합리한 차별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채용 서류 제출뿐만 아니라 면접 과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개인 정보 요구 금지 조항의 실효성을 높이고 구직자의 권익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은 특정 정보 수집을 이미 엄격하게 제한한다. 미국의 경우 임신차별법을 통해 면접에서 지원자의 임신 상태, 자녀나 가족계획을 질문하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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