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열독률 기반의 정부광고지표 운영 방식을 다시 뒤집는다. 2021년 ABC협회 유료 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언론의 효과성·신뢰성을 주요 지표로 포함하는 정부 광고 운영 체계가 마련된 지 2년 만에 바뀌게 되는 셈이다.
문체부는 3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는 정부 광고 관련 지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언론진흥재단에 경위 조사 및 보고를 요구했다”며 “재단의 자체 경위 조사가 미진할 경우 추가적인 조사 또는 감사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광고주가 광고 매체를 선택하는 데 참고하도록 제공하던 지표의 작성 방식을 2021년 변경한 것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이어진 점을 고려해 이같이 지시했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정부광고지표에는 ABC 유료 부수 등이 활용됐는데 일부 언론사의 ‘부수 부풀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제외됐다. 이후 열독률 중심의 효과성 지표에 신뢰성(사회적 책임) 항목 등을 반영한 복수 지표가 2021년 7월 마련됐으며 지난해부터 인쇄 매체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표 변경 과정에서 조작과 편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최근 일부 언론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 교체에 따라 이러한 의혹은 점차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언론진흥재단은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로 현재의 정부광고지표는 사실상 용도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체부는 “정부 광고의 효율성과 공익성 향상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언론계 등 현장에서 지속적인 불신과 논란이 이어져온 정부광고지표 활용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다”고 전했다.
관련 지표를 개별 정부 기관 등 광고주에게 획일적으로 제공하는 지금의 방식을 벗어나 광고주의 요청에 맞게 참고 자료를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정부 광고주가 희망하는 구독률·열독률·시청률부터 언론 중재 건수까지 데이터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21년에 활용이 중단된 ABC 부수를 다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BC협회는 최근 성명에서 “자유 언론에 우호적인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문체부는 태도를 고쳐 협회와 ABC 제도가 다시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문체부가 언론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2년 만에 바뀌는 데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금으로 내는 정부 광고 규모는 지난해 총 1조 2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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