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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기약없는 네이버 ‘괴롭힘 조사기구’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전담 기구를 신설하겠습니다.”

네이버는 1년 전 이맘때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이런 계획을 공개했다. 그리고 5개월 전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5월 네이버 개발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회사가 추진하는 조직 문화 개선의 하나다.

지금처럼 회사 주도로 괴롭힘 신고·조사·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대신 독립적인 조사와 노조 참여를 통해 절차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직원들은 응답자(1928명)의 52.7%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 있고 이 중 44.1%는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 중 59.9%는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괴롭힘 조사기구는 이런 문제 개선의 핵심 역할을 맡았지만 언제 제대로 운영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4월 노사는 임금 단체협상 잠정합의로 기구 운영 방침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시점, 방식, 계열사별 설립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후속 논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뤄지는 것은 임단협 잠정합의 후 손자회사 5곳의 처우 문제가 새로 불거지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이버는 현재 갈등부터 해결하고 임단협을 타결해야 후속으로 괴롭힘 조사기구 논의도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갈등 해결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네이버는 임단협 당사자가 손자회사 법인이지 본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갈등 장기화에도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 당국과 노조 측 설명을 종합하면 계열사가 협상하기 어려울 경우 네이버의 개입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실들은 지난해 네이버를 질타한 데 이어 올해 국감을 앞두고 후속 조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가 괴롭힘 재발 방지 체계를 갖춰 과거의 논란을 완전히 떨쳐버리고자 한다면 논의 파트너인 노조와 대화에 나서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노조와 별개로 네이버는 올해 6월 ‘휴먼라이츠’라는 인권 전담 조직을 신설, 이것이 괴롭힘 조사기구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참여방안 등을 두고 대화, 보완해 나가는 것이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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