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 기소한 것을 포함하면 ‘대장동 4인방’을 모두 재판에 넘긴 셈이다. 대장동 핵심 인물들을 일괄 기소했지만 검찰이 그동안 성남시 주요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지 못한 데다 대장동 4인방의 공소장에도 윗선 관여 여부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른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 수사를 대장동 4인방의 일탈과 부동산 개발 비리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김 씨와 남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정 회계사를 김 씨 등의 공범으로 판단했으나 그가 “수사 초기 검찰에 자진 출석해 녹취록을 제공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민간 사업자인 이들이 앞서 구속 기소된 유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공사 전략사업실장 출신 정민용 변호사 등과 짜고 화천대유 측에 거액의 이익이 돌아가게 공모 지침을 작성했다고 봤다. 또 사업·주주 협약 체결 당시 성남도개공이 확정 수익만 분배 받고 초과 수익을 환수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민간 업자들이 거액을 챙길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천화동인 1~7호가 최소 651억 원가량의 택지 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 원 상당의 시행 이익을 챙겼고 결국 성남도개공이 손해를 입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김 씨가 지난해 10월 특혜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올 1월 회삿돈 5억 원을 빼돌려 뇌물로 건넸다고 보고 뇌물 공여 약속, 뇌물 공여 혐의도 적용했다. 김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지인 등을 화천대유 직원이라고 거짓으로 올린 뒤 월급 지급 명목으로 회삿돈 4억 4,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밑에서 전략투자팀장으로 일한 정 변호사에게 지난해 9~12월 편의 제공 대가로 회삿돈 35억 원을 뇌물로 준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앞으로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가 결국 ‘윗선’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이 김 씨와 남 변호사 등을 구속하고 20일 동안 추가 수사를 이어왔으나 배임 금액을 특정했을 뿐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성남시 관계자 등 윗선의 배임 관여 여부는 대장동 4인방 공소장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 개시 20여일 만에 성남시를 압수수색해 개발 사업 승인·인허가 관련 자료, 이메일 기록 등을 확보하고도 지금까지 실무자 외에 성남시 주요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지 않은 점도 “윗선 수사 의지가 없다”는 근거로 제기되고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윗선 수사의 핵심 고리로 평가 받는 유 전 본부장 재판이 조만간 시작되고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에서 수사 확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유 전 본부장 휴대폰 포렌식 내용을 경찰에서 공유 받아 분석하고 있지만 대선이 가까운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수사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수사 지휘 라인과 실무자 사이 수사 방향성을 두고 이견이 크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그만큼 수사가 진척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검찰의 기소 직후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의 사건을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형사합의22부는 지난달 먼저 기소된 유 전 본부장의 심리를 맡은 재판부다. 심리의 효율성을 위해 김 씨 등 3명의 사건을 유 전 본부장 사건에 병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