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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고사한 김동연 "새 피 수혈 아닌 세력교체 변화있어야"

"이기기 위한 경쟁 대신 새로운 판 짜는 경장(更張)필요"

정치권 제3세력 구축 발언으로 해석…미묘한 파장

"상대방 탓 아닌 내탓 …우리 모두 책임 변화 실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여권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거절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남겨 정치권에 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제3세력 구축에 김 전 부총리가 팔을 걷어붙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 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께서 연락을 주셨는데 응하지 못한 점 양해 말씀드리며 간단하게나마 제 입장을 말씀드린다”며 “오랜 공직생활 동안 제 중심은 ‘사회변화에 대한 기여’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직을 그만 둔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가 받은 혜택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변화에 기여'…공직그만 둔 지금도 마찬가지"
김 전 부총리는 “정치 입문을 권유받을 때마다 정치가 제 신념을 실천에 옮기는 최선의 방법인지 늘 고민했다”며 “시대적 소명의식, 책임감, 문제해결 대안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정치라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서울시장 출마 권유와 요청을 여러 곳, 여러 갈래로부터 받았다”며 “지난 번 총선 때보다 강한 요청들이어서 그만큼 고민도 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여러 분이 어느 당, 경선에서의 승리, 중도 확장성 등을 이야기했지만 저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제가 부동산, 방역, 민생 등 시민의 삶과 서울시의 살림살이에 대한 대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지였다”며 “직(職)이 아니라 업(業)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며 “더 성찰하고 대안을 찾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김 전 부총리는 “이번 일을 겪으며 답답한 마음과 함께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특히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기기 위한 경쟁에 매몰되어 싸워야 하는지.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보고 참아야 하는지.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 경쟁의 장, 그리고 진영논리를 깨는 상상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선거 때마다 새 인물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거듭 강조했다.



"뛰어난 국민역량 모을 리더십 만들어야"
그러면서 김 전 부총리는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치를 바꾸기 위한 제도개혁 방안은 많이 제시됐다”며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상대방 탓이 아니라 내 탓이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 그리고 변화를 위한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정치와 정책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 참여하는 생산자로 나서야 한다”며 “동시에 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헌신적인 분들이 힘을 합쳐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뛰어난 우리 국민의 역량을 모을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김 전 부총리는 “여러모로 부족한 제게 과분한 제안과 요청을 해주시고 또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데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사회변화의 기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겠다”고 덧붙였다.

은행 합숙소 쓰레기통 고시 잡지 주워들고 주경야독…정통 경제관료
한편,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 였던 김 전 부총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매 정부에서 중용되며 ‘고졸 신화 주인공’으로 꼽혀왔던 정통 경제 관료다.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난 김 후보자는 11세 때 부친을 잃고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을 떠돌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덕수상고를 졸업한 만 17세 때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김 후보자는 “100m 달리기 경쟁에서 50m 쯤 뒤쳐진 채 출발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은행 합숙소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시 잡지를 주워든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도 유명하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대학(국제대)을 다니는 주경야독 끝에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붙으며 고위관료의 길에 들어섰다. 엘리트 집합소로 불렸던 경제기획원에서 “요즘은 저런 학교 출신도 오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주류였지만 실력으로 편견을 극복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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